크리스마스 이브에 본 공연, 빌리 엘리어트.
빌리 - 김현준
아빠 - 최명경
윌킨슨 - 김영주
할머니 - 홍윤희
마이클 - 강희준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특별히 선택한 공연은 아니고, 좋은 자리 낮공연을 고르다보니 날짜가 그리 됐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주간 공연이라고 득 본게 쿠폰 도장 두 개 찍어주고, 복권 긁어서 초콜렛 줌.
사실 초콜렛 보단 차라리 파일 폴더가 더 탐이 났지만 나란 인간 원래 리멘트 사도 원하는건 안나오는 인간...-_ㅠ
쿠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재관람 카드가 있더라고. 내가 본 공연은 프리뷰라 해당 안되는 거였을지도 모르지만 왠지 아쉽더라.
세 번 찍으면 30% 할인 쿠폰 주는데 한 번 더 볼 지 말지 고민이다.
다른 빌리도 보고 싶긴 한데 이미 예매한 공연이 두 개나 있음 핫핫핫
가뜩이나 빌리는 머글도가 높은 데다가 크리스마스 이브라 중블 4열인데도 가족과 연인 관객에 둘러싸여서 매우 불안했다.
나는 솔플 덕후에 둘러싸이는걸 선호하는데 그 사람들은 인터미션 때 오글거리는 대화만 참아낸다면 본공연 때는 조용하기 때문.
가족과 연인들은 공연 중에 대화를 서슴지 않고 한다. 애들은 지겨울 경우 떼를 쓸 때도 있고 열성적인 학부모일 경우엔 공연 중간에 아이들에게 설명을 열심히 해줌-_ㅠ
그리고 커플들은 머리를 맞대고 내 시야를 가릴 경우가 많다. 생각해봐라, 원래 객석은 앞 사람의 머리와 머리 사이로 보라고 설계해놨는데 커플들은 그 확보된 시야를 머리로 막는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불행히도 이번 공연은 이 모든게 다 포함되어 있었다. 내 오른쪽은 열성적인 어머니와 아이가 왔고, 내 앞은 머리를 하나로 맞댄 커플, 내 왼쪽도 사이가 좋은 커플이었다. 그나마 여자가 내 옆이었는데 공연 시작 전에 남자로 바뀜-남자가 옆에 앉는 것도 안 좋아하는데, 관람 매너가 안 좋을 경우가 많고 공연에 집중을 잘 못 하고 산만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내 뒤는 일가족이었는데 드라마 보는 것처럼 아버님이 추임새를 넣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엔 괜찮았다. 열성적인 어머니의 설명이 다행히 공연을 방해할 정도로 길지는 않았고, 커플이 시야를 가리긴 하는데 앞쪽이라 무대가 높아서 많이 가리진 않았고, 옆자리 남자는 기대보단 공연에 집중 잘 한 편이고, 일가족의 드라마 추임새는 머글다워서 신선하다면 신선하다고 할 정도.
빌리는 공연이 조용한 편은 아니라 어지간한 소음은 덮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머글밭으로 둘러싸인게 처음이라 신선하더라. 이번 재연엔 빌리맘들이 안 붙었나 보지.
2010년 공연 때는 빌리맘들이 앞자리는 죄다 선점해서 이런 앞자리는 구할 수도 없었다. 그 땐 나도 나름 티켓팅, 취겟팅 열심히 한 편이었는데도.
그런걸 생각하면 잘 된 걸수도 있다.
그리고 역시 빌리 엘리어트는 좋은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 공연 중간 흠칫 맘에 안드는 점이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 홀린 듯이 공연에 빠져든다. 이번에도 역시나 눈물이 저절로 스며나왔다.
이 날 공연에서 가장 좋았던건 앵그리 댄스였다.
현준 빌리는 여러모로 성숙한 연기를 보여줘서 맘에 쏙 들었다. 노래도 좋았고 발레, 탭댄스 다 좋았는데 1막 끝의 앵그리 댄스는 정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모든걸 부숴버리고 싶은 분노와 파괴 본능, 춤추는걸 그만 두고 싶지만 저절로 움직이는 오른발을 막지 못해 붙들고 있는 안무가 새삼 와 닿았다.
영국의 계급주의, 타협없는 독선적인 대처리즘과 방관하는 중산층에 대한 분노, 그에 사로잡혀서 자신의 꿈을 짓밟는, 자신에게 무심했던 가족들.
정말 짜증나는 것들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그게 너무 와닿았다.
왜냐면 나도 참을 수 없는 분노와 화로 얼룩진 십대를 살았기 때문에.
지금은 귀찮다는 이유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지만, 가끔은 포기로도 억누를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게 느껴질 때가 있다. 십대의 빌리에게는 그것이 매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역시 영국은 골 때리는 나라라는 생각도 했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니 락이 발달할 수 밖에 없지 않나. 락이 죽지 않는다는 말은 영국이 남아있다는 말과 존치어일 것임.
최명경 아빠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무뚝뚝하지만, 아들을 위해 평소의 신념까지 버릴 수 있었던 부성애가 정말 깊게 와 닿았다.
영주쌤이야 이번에도 최고였고, 홍윤희 그랜마도 매우 좋았음.
준모 토니도 훨씬 좋아졌더라. 역시 공연은 좀 물 오르고 봐야 좋다.
아쉽게도 중간에 기술적인 사고가 있어서 십분간 끊기는 사고가 있었지만 그에 대해선 영주쌤이 대표로 사과 인사도 해주셨고 해서 별로 화나진 않았다.
열심히 공연하던 빌리나 마이클 때문에 사람들도 별로 누굴 나무라는 분위기 없이 배우들을 격려했다고 생각함.
플북도 이번엔 살 수 있었다. 2010년 공연 플북도 살 걸 그랬다고 아쉬워하는 중.
공연 보고 초밥 먹고 집에 돌아오니 어영부영 크리스마스 이브가 갔다.
이번 공연을 스스로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생각하지 않지만, 대신 빌리 엘리어트 25주년 실황 블루레이를 스스로에게 선물할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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